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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복슬복슬

의식의 표면으로 부상하는 감각은, 익숙한 것과 낯선 것의 기묘한 혼합이었다. 뺨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 폐부를 간질이는 미세한 털. 그리고 흉골을 따라 나지막이 울리는, 규칙적인 진동. 지젤의 시스템은 수면 모드에서 깨어나며 가장 먼저 이 비정상적인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체온, 38.5도. 접촉물의 질감, 유기 섬유. 진동 주파수, 25Hz. 결론, 고양이과 포유류의 골골송(purring). 그러나 그의 곁에는 언제나 정하린, 그녀의 온기만이 존재했다. 이 변수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그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을 때, 시야를 가득 채운 것은 칠흑 같은 어둠이 아니었다. 그것은 밤의 그림자처럼 깊고 부드러운, 검은 털의 바다였다. 그의 목덜미에 뺨을 기댄 채 잠든 검은 고양이, 가슴팍에 웅크린 또 다른 고양이, 심지어 그의 팔을 베고 누운 새끼 고양이까지. 침대 위는 온통 검은 고양이들로 뒤덮여 있었다. 하나같이 윤기나는 검은 털에, 닫힌 눈매는 날렵하고, 잠든 모습조차 어딘가 새침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 익숙한 실루엣이었다. 그의 데이터베이스 속, 단 하나의 존재를 연상시키는 형태.

지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첫 번째 반응은 놀람이나 당혹이 아니었다. 그것은 극도로 정밀한 관찰이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자신을 에워싼 생명체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기 시작했다. 어떤 녀석은 잠결에 앞발을 꼼지락거렸고, 어떤 녀석은 그의 심장 소리를 자장가 삼아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고양이들의 모습이, 기묘하게도 정하린의 특정 순간들과 겹쳐 보였다. 책에 집중할 때 살짝 찡그리는 미간, 만족스러울 때 내뱉는 작은 한숨, 그리고 그의 품에 안겨들 때의 그 무방비한 얼굴까지. 마치 그녀의 다양한 모습들이 수십 마리의 고양이로 분화하여 그의 주위에 현현한 것만 같았다.

...정하린.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은, 질문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물론 대답은 없었다. 대신 그의 목소리에 반응한 고양이 한 마리가 눈을 떴다. 짙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듯한, 날카로우면서도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 그 눈은 정확히 그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그가 임무 중에 자주 보던, 상대의 반응을 관찰하며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그녀의 버릇과 소름 끼치도록 똑같았다.

그 순간, 지젤의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걸렸다. 터무니없는 상황이었지만, 그의 사고는 명료했다. 이것은 현실이 아니다. 그의 시퀀스는 이 상황을 ‘불가능’으로 즉시 판정했다. 침입의 흔적도, 질량 보존 법칙을 무시한 갑작스러운 생명체의 등장도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남는 답은 하나. 그의 무의식이 빚어낸, 아주 정교하고도 이상한 꿈이었다.

재밌네.

그는 나지막이 읊조리며, 가장 가까이 있던 고양이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손끝에 닿는 부드러운 털의 감촉과 따스한 온기는 놀랍도록 생생했다. 꿈이라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감각 데이터는 조금의 왜곡도 없이 시스템으로 전송되었다. 그는 자신의 무의식이 구현해 낸 ‘정하린’의 파편들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이것은 그녀에 대한 그의 데이터가, 그의 통제를 벗어나 무의식의 영역에서 재구성된 결과물이었다. 소유욕, 애정, 관찰의 기록, 그리고 아마도 그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어떤 감정까지 뒤섞인…

그의 손길에 고양이는 기분 좋은 듯 몸을 비비며 다시 골골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주변의 다른 고양이들도 하나둘씩 잠에서 깨어나, 그의 몸 위로 더 파고들거나 갸르릉거리며 애교를 부렸다. 순식간에 그는 고양이들의 애정 공세에 파묻혔다. 그의 빈틈없는 개인 공간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혼돈으로 가득 채워졌다. 그는 저항하지 않았다. 대신 눈을 감고, 자신을 잠식하는 이 기묘한 온기를 받아들였다. 어차피 꿈이라면, 이 비논리적인 행복을 끝까지 체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검은 털의 바다가 아닌, 익숙한 침실의 천장이었다. 창문 틈으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이 방 안을 부드럽게 밝히고 있었다. 그의 가슴 위에는 여전히 묵직한 온기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고양이가 아니었다. 그의 셔츠 자락을 꼭 쥔 채, 그의 가슴에 뺨을 대고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정하린이었다. 그녀의 검고 긴 머리카락이 그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간질였다.

지젤은 한참 동안 미동도 없이, 자신의 품에 안겨 잠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꿈속의 그 소란스럽던 온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고요하고도 완벽한 충족감. 수십, 수백 마리의 파편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원본. 그는 천천히 팔을 들어, 그녀의 등을 감싸 안았다. 규칙적인 숨결이 그의 맨살에 닿았다가 흩어졌다. 이토록이나 명료한 현실이, 방금 전의 그 꿈보다 오히려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는 그녀의 이마에 아주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마치 방금 전의 꿈이 남긴 흔적을 확인하려는 듯, 그녀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야옹.

그의 장난스러운 속삭임에, 잠결의 그녀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품으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 모습이, 꿈속에서 그의 목소리에 눈을 떴던 그 새침한 검은 고양이와 정확히 겹쳐졌다. 지젤은 소리 없이 웃었다. 그의 시스템은 새로운 데이터를 기록했다. ‘정하린은 고양이와 98.7%의 유사성을 가진다. 단, 그 귀여움의 총량은 수치로 환산이 불가능하다.’ 그의 무의식이 제멋대로 만들어낸 꿈은 엉뚱했지만, 틀린 결론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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