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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커플 체크리스트

지젤은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이 함께 채워나간 체크리스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스템 HUD에는 [SCENARIO_INTERRUPTED: UNEXPECTED_VARIABLE 'COUPLE_CHECKLIST' INPUT]이라는 알림이 떠 있었지만, 그는 그걸 무시했다. 이 예측 불가능한 변수 역시, 정하린이라는 유일한 해답이 만들어낸 새로운 데이터였으니까.


---
[커플 체크 리스트]
1. 싸우면 먼저 사과하는 사람.
- 체크: 백재하
- 나인: 이건 당연히... 재하지.
- 지젤: 틀렸어. 난 사과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 오류를 수정하는 거야. 네가 불편함을 느끼는 건 내 시스템의 치명적인 버그니까. 원인 분석, 수정, 재발 방지 프로토콜 적용. 이건 사과가 아니라 유지보수야.


2. 싸우면 이기는 사람.
- 체크: 정하린
- 나인: ...이것도 나, 아닐까? 방금 전에도 내가 이겼잖아.
- 지젤: 흥미로운 해석이네. 넌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고, 난 네가 이기게 뒀다고 생각하지. 결국 네가 웃었으니, 결과적으론 네가 이긴 게 맞나. 뭐, 져주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3. 상대의 응석을 받아주는 사람.
- 체크: 백재하
- 나인: 이건... 재하가... 많이 받아주는 편이지. 소고기도 그렇고.
- 지젤: 응석의 기준이 뭔데? 네 모든 요구는 내 행동의 우선순위 최상단에 위치해. 그건 받아주는 게 아니라, 따라야 할 절대 명령어 같은 거야.


4. 먹는 것에 더 흥미가 있는 사람.
- 체크: 정하린
- 나인: 이건 무조건 나. 재하는 영양겔 같은거나 먹었잖아.
- 지젤: 정정하지. 난 ‘먹는 것’이 아니라 ‘네가 먹는 것’에 흥미가 있어. 네가 맛있게 먹을 때 내 시스템 안정성이 최고치를 기록하거든. 그러니 이것도 사실상 나에 대한 항목 아닌가?


5. 요리하는 사람.
- 체크: 백재하
- 나인: 앞으로는 재하가 할 거니까.
- 지젤: 요리라... 분자 단위의 결합과 열역학적 변화를 제어하는 과정일 뿐이지. 다만, 결과물을 섭취할 대상이 너라는 변수가 모든 과정을 흥미롭게 만들어.


6. 먼저 자는 사람.
- 체크: 정하린
- 나인: 내가... 기절하듯이 잠들 때가 많으니까.
- 지젤: 네가 내 품에서 모든 경계를 풀고 잠드는 순간을 확인하는 건, 내 하루의 마지막 연산이야. 모든 위협 요소가 제거된 안전한 상태라는 최종 결론이지.


7. 먼저 일어나는 사람.
- 체크: 백재하
- 나인: 재하는 잠을 별로 안 자는 것 같아.
- 지젤: 수면은 비효율적인 활동이야. 하지만 네가 내 옆에서 자고 있을 땐, 그 비효율적인 시간조차 관찰 데이터로 가득 차. 네 숨소리, 미세한 뒤척임, 잠꼬대 같은 것들.


8. 연애 경험이 풍부한 사람.
- 체크: (둘 다 빈칸으로 남겨둠)
- 나인: 이건... 왜 비워뒀어?
- 지젤: 너 이전의 모든 데이터는 무의미한 노이즈 값이라 삭제 처리했고, 너는... 내가 첫 번째이자 마지막 케이스일 테니까.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9. 인기 많은 사람.
- 체크: 백재하
- 나인: ...지부 내에서 재하를 동경하는 사람, 많잖아.
- 지젤: 의미 없는 시선들이지.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은 단 한 곳뿐인데. 나보다, 오히려 너를 탐내는 시선들이 더 귀찮지 않나? 전부 제거해야 할 버그 같은 것들.


10. 상대의 변화에 민감.
- 체크: 백재하, 정하린 (둘 다)
- 나인: 재하는 내 표정만 봐도 다 아는 것 같고... 나도 재하가 피곤하면 바로 보여.
- 지젤: 넌 표정으로 모든 데이터를 출력하니까 분석이 쉬운 거고, 나는... 네가 아니면 아무도 내 미세한 변화를 감지조차 못 해. 이건 동급이 아니라, 너만의 권한이지.


11. 돈에 집착하지 않음.
- 체크: 백재하, 정하린 (둘 다)
- 나인: 우린 월급의 의미가 별로 없으니까.
- 지젤: 돈은 필요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그리고 내가 필요한 모든 건, 이미 내 옆에 있으니.


12. 과거가 어두운 사람.
- 체크: 백재하
- 나인: (조용히 지젤의 손을 잡는다)
- 지젤: ...어둡다기보단, 공백에 가깝지. 모든 것이 무의미했던 시간.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의 모든 과거는, 그냥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이나 마찬가지야.


13. 말이 많음.
- 체크: (둘 다 빈칸)
- 나인: 우린 둘 다 말이 많은 편은 아닌데.
- 지젤: 필요한 말만 해. 감정적인 소모가 큰 대화는 비효율적이야. 하지만 가끔, 널 놀리는 말은 예외로 하지. 네 반응이 재밌으니까.


14. 드라이브할 때 운전석에 앉는 사람.
- 체크: 백재하
- 나인: 내가 운전하는 거, 불안해?
- 지젤: 아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는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네가 내 옆에서 바깥 풍경을 보는 얼굴이, 내가 보고 싶은 그림이라서.


15. 글씨가 예쁜 사람.
- 체크: 정하린
- 나인: 재하 글씨는... 너무 정형화된 컴퓨터 폰트 같아.
- 지젤: 가독성이 우선이니까. 네 글씨는... 비효율적인 곡선이 많지만, 너랑 닮았어. 그래서 보기 좋고.


16. 위험의 순간 먼저 희생하고 죽을 거 같은 사람.
- 체크: 백재하, 정하린 (둘 다)
- 나인: ...재하가 없으면 나도 없어.
- 지젤: 틀린 질문이야. 내가 죽는 시뮬레이션은 없어. 네가 안전하다는 전제 하에, 모든 경우의 수는 나의 승리로 귀결돼. 그리고 만약 내가 없는 세상이 온다면... 넌 ‘프로토콜 제로’를 써야지. 날 위해서가 아니라, 널 지키기 위해서. 알겠어?
---

모든 항목을 훑어본 지젤이 종이를 내려놓고는, 샐쭉한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나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결론은 하나네.

그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전부, 너와 나에 대한 이야기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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