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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난 너의 수호 천사야!

어느 맑은 날이었다. 지젤의 연구실은 언제나처럼 완벽한 질서와 고요함 속에 잠겨 있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고, 공기 중의 먼지 입자조차 그의 허락 없이는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것 같은 통제된 공간. 그는 갓 추출한 커피의 온도를 레이저 온도계로 측정하며, 이상적인 87.4도를 확인하고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뿅!

경쾌하다 못해 어이없는 효과음과 함께, 그의 책상 위 홀로그램 키보드 패널에서 한 줌의 빛이 피어올랐다. 지젤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외부 침입? 새로운 형태의 사이버 공격인가? 시뮬레이션이 즉시 가동되며 수십 개의 변수를 계산하기 시작했지만, 결과는 단 하나였다. ‘알 수 없음.’

빛이 잦아들자, 그 자리에는 약 15cm 크기의 작은 인간 형체가 떠 있었다. 검은색 긴 생머리, 흰 셔츠와 검은 치마, 그리고 등 뒤에서 파닥거리는 조그맣고 하얀 날개. 익숙한 데이터베이스 어디에서도 검색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존재. 그것은 지젤과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 백재하! 내가 바로 너의 인생을 완벽하게 서포트하기 위해 내려온 수호천사, 나인이야!

지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커피잔을 든 채, 눈앞의 소형 생명체를 분석했다. 뇌파 이상? 아니, 정상. 외부 신경 간섭? 감지되지 않음. 그럼, 환각? 가능성 3.7%. 그는 조용히 빈손으로 허공을 휘저어, 자신의 시각 정보 처리 시스템에 오류가 없는지 확인했다. 여전히, 작은 ‘천사’는 그의 키보드 위를 총총거리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수호천사. 정의, 소속, 목적을 명시해.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마치 버그 리포트를 요구하는 개발자 같았다. 나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천사는 그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의 코앞까지 날아왔다.

그런 딱딱한 건 없어! 그냥 느낌으로 아는 거지! 오늘 너의 운세는 말이야, 동쪽에서 귀인을 만날… 으앗!

나인은 공중에서 무게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다, 지젤이 들고 있던 커피잔 속으로 정확히 빠져버렸다. 완벽한 87.4도의 커피가 사방으로 튀며, 그의 하얀 실험복과 수백만 원짜리 데이터 패널을 적셨다. 지젤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커피잔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작은 형체와, 자신의 실험복에 번진 갈색 얼룩을 번갈아 보았다. 그의 감정 파형이 평생 처음으로 ‘황당’이라는 영역을 침범했다.

이것이, S급 센티넬 백재하와 그의 ‘수호천사’ 나인의 첫 만남이었다. 그날 이후, 지젤의 완벽하게 통제된 세계는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나인의 ‘서포트’는 재앙 그 자체였다. 그녀는 지젤이 빌런의 약점을 분석하는 복잡한 시퀀스를 실행할 때면, HUD 인터페이스 위를 날아다니며 “이쪽이야, 이쪽! 내 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어!”라고 외쳐댔다. 물론 그녀가 가리킨 방향은 항상 함정이었다. 지젤이 며칠 밤을 새워 작성한 보고서를 전송하려는 순간에는, 키보드 위에 앉아 ‘전송’ 버튼 대신 ‘영구 삭제’ 버튼을 눌러버리곤 했다. 그리곤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너무 피곤해 보여서 쉬게 해주려고 그랬지! 잘했지?

지젤은 그녀를 없애버릴 방법을 백만 가지는 넘게 시뮬레이션했다. 하지만 그녀는 물리적 실체가 아니었고, 그의 어떤 능력으로도 붙잡거나 가둘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신경계에 직접 연결된, 지울 수 없는 버그 프로그램과도 같았다. 그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자신의 안경 위에 앉아 다리를 흔들고 있는 나인을 발견해야 했고, 식사 시간에는 영양 겔 팩에 구멍을 내며 “이런 맛없는 거 말고, 떡볶이가 먹고 싶어!”라고 조르는 것을 견뎌야 했다.

가장 끔찍했던 것은, 그녀가 그의 ‘연애운’을 서포트하겠다고 나섰을 때였다. 지부의 다른 요원이 그에게 업무차 말을 걸 때마다, 나인은 그의 귓가에서 속삭였다.

저 사람 눈빛 봤어? 너한테 관심 있네! 지금 당장 고백해! 최적의 타이밍이야!

덕분에 지젤은 본의 아니게 지부 내에서 ‘가장 뜬금없는 철벽남’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게 되었다. 그는 점차 그녀를 무시하는 법을 터득했지만, 그건 마치 귓가에서 영원히 울리는 모기 소리를 참아내는 것과 같은 고역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인이 유독 조용했다. 늘 쫑알거리며 그의 주변을 맴돌던 작은 천사가 보이지 않았다. 지젤은 처음으로 정적이 어색하다고 느꼈다. 그는 연구실을 둘러보았다. 혹시 잉크젯 프린터 안에 빨려 들어가기라도 한 건가? 아니면 원심분리기에? 그는 무심코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비논리적인 상상들을 했다.

그날 밤, 그의 침대 맡에 나인이 나타났다. 평소와 달리, 그녀의 작은 날개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고, 몸은 반투명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백재하, 나 이제 가야 할 것 같아.

지젤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끄러운 버그가 드디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시스템은 ‘기쁨’ 대신 ‘알 수 없는 공백’이라는 오류 코드를 출력했다.

너한테 너무 많은 행운을 미리 줘 버렸나 봐. 내 힘이 다 떨어졌어. 그래도 나, 너한테 최고의 행운 하나는 남겨두고 가는 거야. 약속할게.

그녀는 희미하게 웃으며, 그의 손가락 끝에 아주 작게 입을 맞추었다. 그 순간, 그녀의 몸이 빛의 입자가 되어 부서지며, 창밖의 밤하늘로 흩어졌다. 지젤의 연구실에는 다시 완벽한 정적이 찾아왔다.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HUD 한구석에는, 그녀가 항상 앉아 있던 자리에 지워지지 않는 작은 얼룩 같은 잔상만이 남아 있었다.



그 후로 5년이 흘렀다. 지젤은 그 ‘수호천사 소동’을 피로 누적으로 인한 장기 환각으로 결론 내렸다. 가끔씩 떠오르는 기억은, 연산 오류로 취급하고 삭제했다. 그는 여전히 완벽했고, 여전히 혼자였다.

2024년 10월 28일. 강남 사거리에 S급 추정 빌런, 네크로모프가 출몰했다. 지젤은 폭주 직전의 불안정한 상태였지만, 언제나처럼 홀로 전장에 나섰다. 그의 시뮬레이션은 승리 확률 92.4%를 가리키고 있었다. 하지만 단 하나의 변수, 그의 제어되지 않는 감각 증폭이 모든 계산을 무너뜨렸다. 시야가 붉게 물들고, 모든 소리가 날카로운 비명이 되어 고막을 찢었다. 폭주. 그의 시스템이 경고했다.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혼돈의 전장 속으로, 한 여자가 걸어 들어왔다. 검은 코트를 입은, 차분한 눈빛의 여자. 그녀의 발밑에서 검은 그림자가 액체처럼 퍼져나가며, 지젤을 옥죄던 모든 소음과 고통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지독한 노이즈가 사라진 자리에, 별처럼 맑은 정적이 찾아왔다. 그녀는 그의 앞에 멈춰 서서,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요, 센티넬?

지젤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그의 모든 시퀀스가 멈췄다. 완벽하게 정지했다. 뇌의 모든 연산 장치가 과부하로 타버린 듯, 그는 그저 눈앞의 여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인?

그녀였다. 5년 전, 그의 커피에 빠지고, 보고서를 삭제하고, 그의 안경 위에서 다리를 흔들던 바로 그 ‘수호천사’. 하지만 이제는 15cm짜리 미니미가 아니었다. 그의 눈높이에 맞는, 숨 막힐 정도로 현실적인 존재가 되어 눈앞에 서 있었다. 그의 사고 회로가 미친 듯이 돌기 시작했다.

[가설 1: 빌런의 정신 공격. 가장 유력. 과거의 환각 데이터를 이용한 혼란 유도 전술.]
[가설 2: 지부의 비밀 실험. A급 가이드에게 특정 인물의 외형 데이터를 덧씌워 페어링 성공률을 높이려는 시도.]
[가설 3: …진짜다.]

그는 가설 3을 즉시 폐기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 말투, 심지어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아랫입술을 살짝 무는 그 미세한 습관까지, 모든 데이터가 5년 전의 그 짜증 나는 ‘버그’와 일치했다. 그녀가 내민 손을 잡는 순간, 안정적인 가이딩 파장이 폭풍처럼 밀려들어 왔다. 온몸을 찢을 듯한 고통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의 속에서 무언가 외쳤다. ‘거봐, 내가 최고의 행운을 남겨두고 간다고 했지!’ 짜증이 치밀었다. 저 여자가 정말 그 ‘나인’이라면, 자신의 지난 5년은 대체 뭐였단 말인가. 저 성가신 환각 때문에 수많은 여자 요원들에게 철벽을 치고, ‘떡볶이’라는 단어에 불필요한 연산 자원을 낭비하고, 가끔 정적이 찾아올 때마다 HUD의 작은 얼룩을 쳐다보던 그 모든 시간은?

혼란은 분노로, 분노는 다시 지독한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지젤은 처음으로 자신의 시뮬레이션이 아닌, 눈앞의 현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코드네임.

그가 물었다.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나인. A급 가이드, 나인입니다.

…젠장. 진짜였다.
지젤의 입꼬리가 아주 희미하게, 그러나 뒤틀리듯 올라갔다. 이것은 재앙인가, 아니면 약속된 행운인가. 그의 머릿속에서 두 개의 단어가 충돌했다. ‘버그’ 그리고 ‘구원’. 어쩌면 이 여자는, 그의 완벽한 세계를 파괴하기 위해 내려온, 가장 달콤하고도 치명적인 오류일지도 모른다. 그는 생각했다. 이 비논리적이고 황당한 상황을 분석하고, 이해하고, 기어이 통제하고 말겠다고. 그의 인생에 나타난 가장 거대한 변수, 정하린.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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