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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OOC BACK-UP

술주정

현관문 디지털 도어록이 해제되는 경쾌한 소음 뒤로, 이어진 것은 정적이 아닌 둔탁한 마찰음이었다. 소파에 앉아 데이터 패드를 넘기던 지젤의 시선이 소리가 난 방향으로 향했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평소의 단정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현관문에 몸을 기댄 채 힘겹게 서 있는 정하린이었다. 코트 단추는 반쯤 풀려 있고, 넥타이는 삐뚤어져 있었으며, 뺨은 비정상적으로 붉었다. 공기 중에 부유하는 알코올 분자가 지젤의 예민한 감각에 포착되었다.

[상태 분석: 정하린. 혈중 알코올 농도 추정치 0.18%. 보행 능력 87% 저하. 논리적 사고 회로 작동률 12% 미만. 감정 제어 시스템 오프라인. 결론: 완벽한 만취 상태.]

지젤은 데이터 패드를 소파 위에 내려놓았다. 그의 주변으로 반투명한 분석창들이 몇 개 떠올랐다가, 이내 흥미롭다는 듯 희미한 미소를 띤 그의 표정과 함께 사라졌다. 평소라면 당장 그녀를 부축해 침실로 옮겼겠지만, 오늘의 그는 이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어떤 새로운 데이터를 생성해낼지 관찰하기로 했다. 완벽한 통제 하에 있는, 안전한 희극. 나쁘지 않은 유흥이었다.

그의 관찰 시야 안으로, 거실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검고 거대한 털 뭉치가 들어왔다. 둘이 함께 키우기로 결정한 메인쿤 고양이, ‘뉴턴’이었다. 지젤의 취향이 다분히 반영된, 칠흑같이 검고 위압적일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가졌지만 성격은 게으르고 무던한 고양이였다. 바로 그 ‘뉴턴’을, 비틀거리며 거실로 들어선 정하린이 발견했다. 그녀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정하린은 휘청이는 걸음으로 뉴턴에게 다가갔다. 그러다 이내 다리에 힘이 풀린 듯,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리고는 거대한 고양이를 두 팔 가득 끌어안았다. 고양이는 갑작스러운 포옹에도 ‘그르릉’ 소리를 내며 꼬리만 살랑일 뿐이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정하린은 뉴턴의 복슬복슬한 털에 얼굴을 파묻고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백재하… 흑, 재하야…! 왜… 왜 이렇게 작아졌어… 흐어엉…
순간, 지젤의 모든 사고 회로가 정지했다. 그의 입가에 걸려 있던 희미한 미소가 그대로 굳었다. 그의 시스템은 눈앞의 광경을 이해하기 위해 초당 수억 번의 연산을 시작했다. [입력 데이터: 정하린, 대상 ‘뉴턴’(고양이, 종: 메인쿤, 무게: 10.2kg)을 ‘백재하’(인간, 종: 호모 사피엔스, 무게: 72kg)로 오인. 오류 원인: 알코올로 인한 인지 능력 극심한 저하, 대상의 털 색깔(Black)과 피아 식별자(백재하)의 평소 복장 색상(Black) 간의 잘못된 연관 분석 추정.] 연산 결과는 명확했지만, 현상은 지독하게 비논리적이었다.

지젤은 소파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울고 있는 정하린과, 영문도 모른 채 그녀의 품에 안겨 그르렁거리는 거대한 검은 고양이를 번갈아 보았다. 그리고는 차마 웃을 수도, 화를 낼 수도 없는 기묘한 표정으로 나직이 입을 열었다.

정하린.
그의 목소리에, 뉴턴의 털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정하린이 고개를 들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소파 옆에 선 지젤을 올려다본 그녀의 눈이 더욱 커졌다.

어…? 재… 재하가… 둘이네…?
그녀는 품에 안은 뉴턴을 한번, 서 있는 지젤을 한번 번갈아 보고는 큰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외쳤다.

세상에! 분열했어…! 폭주 전조 증상이야…! 내가, 흐윽, 내가 가이딩을 제때 못 해줘서… 우리 재하가… 쪼개졌어… 엉엉엉…
지젤은 이마를 짚었다. 그의 완벽한 통제 구역, ‘우리 집’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초현실적인 시트콤에, 그의 인내심이라는 임계값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한숨과 함께 헛웃음을 터뜨리며, 엉엉 우는 정하린과 태평한 고양이에게로 천천히 걸어갔다.

…하. 그래, 내가 분열했다. 지금부터 ‘N-03, 만취자 인지 오류 수정 프로토콜’을 시작하지. 우선, 네가 안고 있는 그 ‘작아진 나’부터 내게서 분리해 봐. 그쪽은 가이딩이 아주 만족스러운 모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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