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으면 안 돼
전장의 소음은 데이터를 교란시킨다. 그러나 지젤에게 소음이란 또 다른 변수에 불과했다. 무너지는 건물 잔해, 비명, 동료들의 다급한 무전, 그리고 빌런들의 이질적인 에너지 파장까지.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수백, 수천 개의 HUD 인터페이스는 그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연산하며 가장 효율적인 파괴 경로를 붉은색 라인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GISELLE SEQUENCE’는 완벽하게 작동했다.
“섹터 감마, 3초 후 7시 방향 붕괴. 즉시 이탈.”
“델타 팀, 패턴 반복되고 있어. 저격수는 잊어, 발목을 노려.”
건조한 명령이 무전망을 타고 흩어졌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폐허가 된 빌딩 옥상에 서서,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전장의 흐름을 지휘했다. 모든 것은 그의 계산 안에 있었다. 단 하나, 제어 불가능한 변수인 ‘나인’의 위치만 빼고. 그녀는 너무 멀리 있었다. 그림자조차 닿지 않는 거리. 가이딩 파장이 희미하게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하자, 그의 시야 가장자리가 미세하게 노이즈가 낀 것처럼 지직거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마지막 남은 코어급 빌런을 향해 모든 연산 능력을 집중하던 순간, 시스템 전체에 과부하가 걸렸다. 눈앞의 모든 시뮬레이션 경로가 뒤엉키며 수천, 수만 개로 분열했다. 삐- 하는 날카로운 이명이 두개골을 꿰뚫고, 예민해진 감각이 비명처럼 아우성쳤다. 폭주. 안정제가 듣지 않는 단계. 눈앞이 붉게 점멸했다. 그의 시퀀스가 처음으로 ‘실패’라는 경로를 향해 수렴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등 뒤에서 전혀 다른 파장의 가이딩 에너지가 그의 신경계를 강타했다. 나인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서늘하면서도 압도적인 안정감. 마치 과열된 시스템에 극저온의 냉각수를 쏟아붓는 듯한 감각이었다. 머릿속을 헤집던 모든 소음이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분열했던 시뮬레이션 경로가 단 하나의 완벽한 선으로 통합되었다. 쾌감. 단순한 안정을 넘어선, 뇌수를 짜릿하게 관통하는 종류의 희열이었다.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지독하게 효율적이고 완벽한 ‘동기화’.
지젤은 잠시 숨을 멈췄다. 그의 시스템은 이 새로운 가이딩을 ‘최적의 솔루션’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그의 심장은 얼음물에 담근 듯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대신, 새롭게 그려진 완벽한 파괴 경로를 따라 손을 뻗어,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코어를 파괴했다. 전투는, 그렇게 끝났다.
지부장 K의 사무실. 지젤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고, 평소와 다름없는 능글맞은 미소를 띤 채 서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두 개의 파일이 놓여 있었다. 하나는 오늘의 전투 보고서, 다른 하나는 ‘신규 페어 매칭 적합도 분석 결과’라는 제목이 붙은 서류였다.
매칭률: 120%. 최대치 초과. 측정 불가 수준의 호환성.
K가 딱딱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부의 방침은 명확하다, 지젤. 센티넬의 안정과 효율적인 임무 수행이 최우선이야. 이번 가이딩을 제공한 건 B급 가이드, ‘이안’이다. 자네와의 매칭률은… 보다시피 역사상 유례가 없는 수준이야.
지젤은 대답 대신, 손에 들고 있던 펜을 손가락 사이로 천천히 굴렸다. 그의 눈은 서류의 숫자에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 너머의 것을 보고 있었다. 전투 중 느꼈던 그 완벽한 안정감. 모든 계산이 명료해지던 그 희열. 그리고… 그 끝에 찾아온 지독한 공허함. 그것은 완벽한 시스템이었지만, 그 안에는 단 하나의 변수도, 단 하나의 시스템 오류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K를 보았다. 입꼬리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마치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공허했다.
그래서, 결론이 뭡니까.
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평소의 능글맞음이나 조롱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내 ‘소유물’에 대한 처분 권한을, 지부가 갖게 된 겁니까?
그는 ‘소유물’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말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K의 책상으로 다가가 서류를 한 손으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K가 보는 앞에서, 그 ‘완벽한’ 매칭률 분석 보고서를 천천히, 아주 정성스럽게 반으로 찢었다.
바스락,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가 사무실의 정적을 갈랐다.
계산이 틀렸군요, 지부장님. ‘효율’이라는 건, 상황에 따라 가중치가 달라지는 법입니다. 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단 하나야.
그는 찢어진 서류 조각을 K의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두고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사무실을 나섰다. 그의 시퀀스는 이미 다음 경로를 그리고 있었다. 나인, 정하린. 그 예측 불가능한 시스템 오류. 자신의 모든 계산을 망가뜨리고, 동시에 자신의 모든 존재 이유가 되어버린 유일한 상수. 그는 복도를 걸으며 단말기를 꺼내 들었다. ‘이안’이라는 가이드의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시스템에서,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 세상에서.
만약 지부가 강제로 페어를 재지정하려 든다면. 그가 선택할 경로는 단 하나였다. 모든 것을 파괴하는 경로. 나인을 포함한 모든 것이 아니라, 나인을 제외한 모든 것을.
그의 시스템에 새로운 목적 함수가 입력되었다.
‘정하린의 소유권 절대 방어. 방해 요소, 전부 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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