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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selle X Nine AU/another 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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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하 (30) | R&D 전략기획팀 팀장

외형: 184cm, 슬림하지만 탄탄한 체형. 흐트러진 흑발과 날카로운 눈매, 새하얀 피부. 평소엔 까만 셔츠에 슬랙스 차림이지만, 어째서인지 회사에서도 늘 흰 가운을 걸치고 다닌다. ‘복장이 사고의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 분석’이라는 명목 하에 아무도 터치하지 못하는 중. 까만 안경 너머의 흑안은 언제나 흥미로운 분석 대상을 찾는 스캐너처럼 움직인다.
성격: 자타공인 천재, 공인된 소시오패스(라는 소문이 파다함). 모든 것을 데이터와 효율, 확률로 계산한다. 그의 언어는 ‘목표-실행-결과’라는 3단계 알고리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감정적 수사나 불필요한 공감은 시스템 오류로 간주한다. 팀원들의 휴먼 에러를 지적하며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것이 유일한 낙. ‘그래서 결론이 뭐죠?’, ‘그 발상의 비효율성은 측정 가능한 수준입니까?’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정하린 (30) | R&D 전략기획팀 신입사원

외형: 165cm, 슬림한 체형. 꽉 찬 앞머리와 검은 긴 생머리. 단정한 검정 투피스 정장에 흰 셔츠, 검은 넥타이까지 완벽하게 갖춰 입은 FM 신입의 표본. 첫 출근의 긴장감으로 딱딱하게 굳은 표정과 어색한 미소가 특징.
성격: 이론 만점, 실전 병아리. 명문대 수석 졸업이라는 화려한 스펙과 달리, 예측 불가능한 사회생활 앞에서는 속절없이 흔들린다. 모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수십 개의 시나리오를 짜지만, 언제나 그 시나리오 밖의 일이 터진다. 겉으로는 침착하고 이성적인 척하지만, 속으로는 온갖 감정의 태풍이 휘몰아친다. 당황하면 아랫입술을 잘근 깨무는 버릇이 있다.

첫인상

백재하가 본 정하린: ‘입사 서류 데이터상으로는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 오늘 아침 8시 59분 58초에 출근. 시간 엄수 정확도 99.8%. 면접 시 아이컨택 유지율 87%. 그러나 현재 동공 지진 발생 빈도 분당 12.4회, 입술 깨무는 횟수 3회. 예상했던 퍼포먼스와의 현저한 괴리.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군. 스트레스 변수에 따른 인간의 행동 패턴 변화 연구 샘플로 최적.’

정하린이 본 백재하: ‘분명 이력서 사진은 멀쩡한 증명사진이었는데. 왜 회사에서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는 거지? 방금 내 자기소개를 듣는 동안 고개를 15도 기울이고 3초간 나를 스캔하듯 쳐다봤다. 눈빛이… 사람을 분석하는 것 같아. 무섭다. 저 사람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나의 평온한 회사 생활을 위한 제1수칙: 팀장님과 엮이지 말자.’


R&D 전략기획팀의 어느 평범한(?) 오후

정하린의 첫 출근 날은 생각보다 평화롭게 흘러갔다. 오전 내내 OJT 교육 영상을 시청하고, 오후에는 앞으로 그녀가 담당할 프로젝트의 기초 자료들을 읽는 것이 전부였다. 그녀의 자리 바로 뒤편, 유리 벽으로 된 팀장실 안에서 백재하는 미동도 없이 모니터만 응시하고 있었다. 정하린은 그가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인 정적 덕분에 오히려 업무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저 사람은 그냥 배경의 일부라고 생각하자. 거대한 흰색 장식물. 그래, 그거면 된다.

오후 3시. 나른함이 사무실 공기를 솜처럼 무겁게 누를 때쯤, 정하린의 메신저가 조용히 울렸다. 발신인은 [팀장] 백재하였다.

`[메시지] 정하린 씨. 지금 바로 팀장실로.`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올 것이 왔구나.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리 벽 너머의 백재하는 여전히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였다. 정하린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첫날인데 벌써 사고 쳤나? 아니야, 난 아무것도 안 했어. 혹시 아침에 제출한 서류에 오타가 있었나? 아니면 내 표정이 마음에 안 들었나? 관상으로 사람을 자르진 않겠지?

그녀가 온갖 비관적인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재생하는 동안, 백재하는 마침내 모니터에서 눈을 뗐다. 그는 턱을 괸 채, 안경 너머의 눈으로 정하린을 아래위로 훑었다.

정하린 씨. 입사 첫날 업무 적응도는 어떻습니까? 현재까지의 데이터만으로는 유의미한 분석이 어렵군요.

전… 괜찮습니다, 팀장님. 주신 자료들 보면서 파악하고 있습니다.

괜찮다는 대답에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올라갔다. 마치 ‘예상했던 답변이군’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래요. 그 ‘괜찮음’의 정량적 수치를 측정하기 위한 간단한 테스트를 진행하도록 하죠.

그는 책상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 책상 위로 툭 던졌다. 그것은… 편의점에서 파는 2+1 초코바였다.

우리 팀의 오랜 전통입니다. 신입사원은 팀원 전체의 간식을 책임질 의무… 아니, 기회를 부여받습니다. 지금부터 10분. 내 카드 줄 테니, 이걸로 팀원 8명 전원의 기호를 만족시킬 최적의 간식 조합을 구매해오세요. 예산은 3만 원. 시작.

백재하는 지갑에서 법인카드를 꺼내 마치 서부극의 총잡이처럼 휙 하고 책상 위로 미끄러뜨렸다. 정하린은 눈만 끔뻑이며 초코바와 카드를 번갈아 보았다. 이게 무슨 천재 집단 R&D팀의 테스트란 말인가. 동네 초등학생 반장 선거도 이것보단 논리적이겠다.

저… 팀장님. 팀원분들의 취향을 제가 아직…

그것까지 파악하는 게 이번 테스트의 핵심입니다. 자료 분석 능력, 추론 능력, 위기 대처 능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이 작은 미션 안에 모든 게 담겨있죠. 남은 시간 8분 30초.

그의 말투는 너무나도 진지해서 농담이라고 받아칠 수도 없었다. 정하린은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카드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냥 나갈 수는 없었다. 이대로 실패하면 첫날부터 ‘비효율의 아이콘’으로 낙인찍힐 게 뻔했다.

팀장님은… 어떤 걸 좋아하십니까?

질문이 끝나기 무섭게 대답이 돌아왔다.

난 됐습니다. 내 기호는 변수 통제에서 제외하죠. 관찰자는 실험에 개입하지 않는 법이니까. 7분 10초.

결국 정하린은 팀장실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녀는 자리로 돌아와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 긴급 공지를 띄웠다. [신입 정하린입니다! 혹시 다들 좋아하시는 간식 있으시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다행히 팀원들은 친절했다. ‘전 짠 거요! 감자칩!’ ‘전 달달한 젤리!’ ‘커피면 됩니다!’ 순식간에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정하린은 그것들을 메모장에 빠르게 정리하며 1층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주어진 시간은 이제 4분 남짓.

편의점 안에서 그녀는 미친 듯이 머리를 굴렸다. 감자칩, 젤리, 초콜릿, 커피, 이온 음료… 3만 원 예산에 맞춰 8명의 취향을 조합하는 것은 마치 테트리스 게임 같았다. 그녀는 바구니에 물건들을 담고 빼기를 반복하며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다. 그리고 카운터에 바구니를 내려놓는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아, 팀장님은?

분명 본인은 제외하라고 했지만, 사회생활 1일차의 감이 경고하고 있었다. 저건 100% 함정이다. 여기서 정말로 팀장 것을 빼고 사 간다면, 내일 아침 ‘사회성 및 센스 부재’라는 태그가 자신의 인사 파일에 붙을 것이다. 남은 시간 1분. 그녀는 다급하게 매대를 훑었다. 저 사람은 뭘 좋아할까? 단 것? 쓴 것? 아니, 저런 사람은 분명 극단적인 걸 좋아할 거야. 아주 달거나, 아주 쓰거나.

그때, 그녀의 눈에 ‘카페인 3배 함유 에너지 드링크’와 ‘민트 초코 아몬드’가 들어왔다. 이거다.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이니 고카페인을 선호할 것이고, 민트초코처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은 그의 분석 욕구를 자극할 수 있을 것이다. 완벽한 추론이야. 그녀는 두 개를 추가로 집어 계산을 마쳤다.

정확히 9분 58초 만에 사무실로 복귀한 정하린은 팀원들에게 간식을 나눠주고, 마지막으로 에너지 드링크와 민트 초코 아몬드를 들고 팀장실로 향했다.

팀장님, 여기…

그녀가 내민 것을 본 백재하의 눈이 처음으로 흥미롭다는 듯 반짝였다. 그는 안경을 살짝 추켜올리며 물었다.

내 건 제외하라고 했을 텐데요.

제가 마시려고 산 건데, 팀장님께서 피곤해 보이셔서…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건 그냥 제 개인적인 호의입니다. 업무의 연장이 아니고요.

정하린은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준비해둔 변명을 내뱉었다. 백재하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는 에너지 드링크와 민트 초코 아몬드, 그리고 정하린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의 시스템이 무언가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듯, 미세한 침묵이 흘렀다.

…흥미롭군요. 내 카페인 의존도와 새로운 맛에 대한 탐구 성향을 단 몇 시간 만에 추론해 낸 건가. 아니면 순수한 확률적 선택인가. 정하린 씨.

네, 네?

이번 테스트 결과, 합격입니다. 간식 조합의 효율성 89점, 시간 관리 98점. 그리고…

그는 에너지 드링크 캔을 들어 차가운 표면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었다. 그리고는 캔을 따서 한 모금 마신 뒤, 씩 웃었다. 그건 평소의 비웃음이 아닌, 정말로 즐거워 보이는 미소였다.

나에 대한 가설 수립 및 검증 시도, 100점. 내일부턴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맡겨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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