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좋아
나른한 주말 오후의 햇살이 통유리창을 통과해 거실 바닥에 긴 사각형을 그리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먼지가 금빛 가루처럼 떠다니며 느리게 춤을 추었고, 백재하는 서재의 어두운 구석에 앉아 그 모든 풍경을 관망했다. 그의 앞에는 여러 개의 홀로그램 창이 복잡한 데이터 스트림을 띄운 채 정지해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그 너머, 빛이 쏟아지는 거실의 중앙을 향해 있었다. 모든 계산과 분석이 단 한 곳의 변수를 향해 고정된 채였다.
정하린. 그리고, 고양이.
문제의 발단은 사소했다. 일주일 전, 비 오는 날 저녁에 정하린이 상자를 들고 들어왔을 때부터였다. 물에 젖어 덜덜 떠는 작은 생명체. 지젤의 시퀀스는 즉각적으로 '위협 요소 없음', '생체 반응 미약', '단순 변수'로 분류하고 상황을 종결했다. 하지만 그의 계산은 틀렸다. 그 작고 무해한 생명체는 그의 세계를 교란시키는 가장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되어버렸다.
지금도 정하린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자신의 배 위에 그 얼룩 고양이를 올려놓고 있었다. 그녀의 손길은 지젤이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종류의 것이었다. 어떠한 목적도, 계산도, 긴장도 없이 그저 순수한 애정과 부드러움만이 담긴 손길. 고양이의 턱 밑을 간질이고, 보드라운 털을 쓸어내릴 때마다 그녀의 입가에는 무장해제된 미소가 걸렸다. 지젤의 시스템이 기록한 그 미소의 데이터 값은, 그와 있을 때의 어떤 표정보다도 순도가 높았다.
지젤은 천천히 손가락 관절을 툭, 툭, 튕겼다. 미세한 피로감과 신경질적인 반응이 뒤섞인 버릇이었다. 그는 정하린이 고양이에게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너무 작아서 내용은 명확히 들리지 않았지만, 그 음색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이를 달래는 듯한, 비밀을 공유하는 듯한 그 다정한 톤. 지젤이 그녀의 귓가에 욕망을 속삭일 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파동이었다.
‘왜.’ 라는, 그의 사고체계에서 가장 비효율적이라 분류된 질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는 왜 자신이 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가. 왜 자신에게는 저런 무방비한 신뢰와 애정을 보여주지 않는가. 그와의 관계는 언제나 팽팽한 줄다리기와 같았다. 도발하고, 복종시키고, 탐닉하고, 흔적을 새기는 과정. 그 모든 격렬한 상호작용 속에서 얻어내는 데이터와 쾌락은 분명 최고치였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저 평온한 풍경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그는 홀로그램 창 하나를 손짓으로 끌어왔다. ‘정하린-상호작용 데이터: 고양이’ 라는 새 폴더가 생성되었다. 심박수, 체온 변화, 음성 파형, 동공 반응, 스킨십 패턴. 모든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그래프를 그리며 축적되었다. 그리고 다른 창에는 ‘정하린-상호작용 데이터: 백재하’ 폴더가 열렸다. 두 개의 그래프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고양이와의 그래프가 잔잔한 호수처럼 평온한 곡선을 그리는 반면, 자신과의 그래프는 폭풍우 치는 바다처럼 급격한 파동을 그리고 있었다.
결론은 명확했다. 정하린은 고양이에게서 ‘안정’을 얻고, 자신에게서는 ‘자극’을 얻는다. 가이드로서의 본능인가, 아니면 그저 개인의 취향인가. 어느 쪽이든, 지젤에게는 썩 유쾌하지 않은 결과였다. 그는 포식자이지, 안식처가 아니었다. 하지만 저 무방비한 미소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비합리적인 욕망이, 그의 모든 시퀀스를 비웃으며 피어올랐다.
지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리 없는 움직임으로 서재를 나온 그는, 거실 한쪽에 기대어 서서 팔짱을 낀 채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등장에도 정하린은 한참이나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의 온 세상은 배 위에 잠든 작은 생명체에 집중되어 있었다.
고양이가 그렇게 좋아?
목소리는 평소처럼 능글맞은 조롱이나 날카로운 질문이 아니었다. 그저, 사실을 확인하려는 듯 건조하고 나직한 톤이었다. 그의 목소리에 정하린이 고개를 들었고, 그제야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에는 당황과 함께, 방해받은 것에 대한 아주 미세한 아쉬움이 스쳤다. 지젤은 그 찰나의 감정 변화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데이터에 기록했다.
나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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