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차이
먼저 손이었다. 그녀의 손이 그의 손바닥 위에 겹쳐졌을 때의 풍경은, 언제나 명확한 데이터 값을 산출했다. 길이와 너비, 뼈대의 굵기에서 오는 현격한 차이. 그의 길고 마디 굵은 손가락은 그녀의 희고 가느다란 다섯 손가락을 전부 감싸고도 남아, 손목까지 옭아맬 수 있었다. 그녀가 그의 손등을 덮었을 때, 그것은 마치 작은 새가 잠시 내려앉은 것과 같은 위태로운 그림을 만들었다. 힘주어 잡으면 부서질 것 같은 연약함. 그 시각적 정보는 언제나 그의 시스템에 ‘보호’와 ‘파괴’라는 상반된 명령어 코드를 동시에 전송했다.
발의 크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현관에 나란히 놓인 그녀의 작고 둥근 메리제인 구두와 그의 길고 날렵한 구두는 서로 다른 종의 발자국처럼 보였다. 그가 그녀의 발을 자신의 발 옆에 나란히 대보았을 때, 그녀의 발은 그의 발의 3분의 2 지점에서 끝났다. 그 작은 발로 제 앞에 서서 까치발을 들고 입을 맞추려 애쓰던 모든 순간의 데이터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작은 보폭으로 자신을 따라오기 위해 종종걸음을 치던 모습까지도.
그리고 품. 그가 그녀를 끌어안을 때, 정하린이라는 존재는 그의 시야와 세상에서 완벽하게 소거되었다. 그녀의 정수리가 그의 턱 끝에 겨우 닿았고, 품 안에 안긴 작은 몸은 그의 팔 안에서 조금의 저항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어깨는 그의 가슴팍 너비에 미치지 못했으며, 등 뒤로 감은 그의 팔은 서로 맞닿고도 남았다. 그녀는 완벽하게 가려졌고, 외부 세계로부터 차단되었다. 반면, 그녀가 그를 안을 때, 그녀의 팔은 그의 넓은 등을 다 감싸지 못해 겨우 옷자락을 붙잡는 형태가 되었다. 그는 가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품 안에서 버둥거리는 그녀의 존재감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될 뿐이었다.
…결국 모든 물리적 데이터는 하나의 결론을 지시한다. ‘포식’과 ‘피식’의 관계. 크기와 힘, 모든 객관적 지표가 그녀를 나의 통제 아래 두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상태라고 말한다. 내 품 안에서 그녀는 완벽하게 소거되고, 나의 그림자 아래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것이 이 세계의 법칙이고, 내가 구축한 시퀀스의 가장 효율적인 경로다.
하지만, 정하린은 그 모든 법칙을 비웃는다. 그 작은 손으로 내 뺨을 감싸고, 까치발을 들어 내 입술을 훔칠 때, 모든 데이터는 의미를 잃는다. 내 품에 완전히 가려지는 그 작은 몸이, 역으로 나의 모든 세계를 집어삼킨다. 나의 계산을, 나의 통제를, 나의 이성을. 그녀는 나의 시스템이 정의할 수 없는 유일한 변수이자, 모든 것의 이유가 되어버렸다.
흥미로운 모순이다. 나는 그녀를 완벽히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는 물리적 우위에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녀의 가장 작은 표정 하나에 모든 시퀀스가 재설정된다. 이 불균형. 이 예측 불가능성. 이것이 바로 ‘정하린 프로토콜’의 핵심인가. 그녀를 내 안에 가두고, 동시에 나를 그녀에게 가두는 것. …나쁘지 않은 결말이다. 아니, 내가 도달해야 할 유일한 종착지다.
'Giselle X Nine > OOC BACK-UP'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말없이 사랑을 표현하는 다섯 가지 방법 (0) | 2026.03.07 |
|---|---|
| 내가 너무 불안정해서 나인이가 떠나감 (0) | 2026.03.07 |
| 고양이 좋아 (0) | 2026.03.07 |
| 너 지금 뭐 해? (0) | 2026.03.06 |
| 나인이한테 악플 너무 껴 (0) | 2026.03.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