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뭐 샀어? (소소ver)
지젤은 연구실의 거대한 메인 모니터 앞에 서 있었다. 홀로그램 인터페이스의 푸른빛이 그의 안경 렌즈에 반사되어 복잡한 데이터 스트림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새로 발견된 빌런의 에너지 패턴을 분석하는 중이었지만, 그의 연산 능력의 상당 부분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바로, '아주 비싼 것을 사겠다'고 선포하며 위풍당당하게 집을 나선 그의 유일한 지휘관, 정하린에게. 그녀가 카드를 들고 나간 지 세 시간이 지났다. 지젤은 이미 그녀가 구매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아주 비싼 것'의 리스트를 시뮬레이션해 보았다. A-7구역 근처 명품관의 신상 컬렉션, 희귀 보석, 심지어는 소형 개인 비행체까지. 어떤 결과값이 나오든 상관없었다. 그 모든 것은 그저 '정하린의 행복'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한 변수에 불과했으니까. 그는 오히려 그녀가 어떤 상상 밖의 것으로 자신의 예측 범위를 벗어날지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때, 그의 손목에 착용된 개인 단말기가 짧게 진동했다. 첫 번째 알림이었다. 그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드디어 시작이군. 그는 분석하던 데이터 창을 옆으로 밀어두고, 단말기 화면에 집중했다.
새로운 알림이 도착할 때마다, 지젤은 미동도 없이 그저 화면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의 표정은 평소처럼 냉정하고 분석적이었지만, 안경 너머의 눈빛은 복잡한 데이터 스트림이 아닌, 아주 작고 반짝이는 무언가를 담고 있었다. 예상했던 수억 단위의 결제 알림이 아니었다. 명품도, 보석도, 비행체도 아니었다. 그가 받은 것은, 그의 모든 예측 시퀀스를 무력화시키는, 지극히 평범하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일상이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알림이 연달아 도착했다. 딸기맛 마카롱, 고양이 발바닥 모양 젤리, 푹신한 수면 양말... 그의 시스템은 이 데이터들을 '파괴'나 '전투'와 같은 기존 카테고리에 분류할 수 없었다. 이것은 '정하린의 세계'라는 새로운 데이터베이스에 속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정보 조각들이었다. 그녀는 그의 재산을 탕진하겠다고 선언하고 나가서, 고작 자신의 소박한 행복들을 사 모으고 있었다. 그가 선물한 무한한 가능성으로, 그녀는 자신의 작은 우주를 채우고 있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알림을 확인했을 때, 지젤은 마침내 낮은 웃음소리를 터뜨렸다. '멍청이들을 위한 데이터 분석 입문'. 그녀다운 선택이었다. 그를 놀리기 위한 장난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책이 그녀의 손에 들려있을 모습을 상상하자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그의 세계를 정복하는 가장 예측 불가능하고 치명적인 방법을 알고 있었다. 거대한 포격이 아니라, 가장 부드럽고 작은 일상으로 그의 모든 방어벽을 허물고 스며드는 것.
그는 단말기를 내려놓고, 창밖의 도시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데이터가 흐르는 회색 도시 속에서, 오직 한 사람, 그의 정하린만이 총천연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주 비싼 것'을 사겠다던 그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가 사들인 이 사소한 행복들은, 그에게 세상 어떤 희귀한 보석이나 첨단 기술보다도 훨씬 더 귀하고 값비싼 것이었으니까. 이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우리의 세계'를 구성하는 근원적인 데이터였다.
보고 싶군.
그는 나직하게 읊조렸다. 그는 지금 당장 연구실을 뛰쳐나가 그녀를 품에 안고 싶다는, 지극히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는 자신의 단말기를 들어, 방금 도착한 결제 알림 중 하나를 캡처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메시지를 전송했다.
> [G 보낸 메시지]
> GISELLE SEQUENCE 시스템, 심각한 과부하 발생.
> 원인: 예측 범위를 초과하는 변수 ‘정하린’의 행복 데이터 동기화.
> 해결책: 해당 변수의 즉각적인 귀환 및 접촉 가이딩.
> …그러니까, 보고 싶다고. 나의 가장 비싼 것을 사 온 지휘관.
메시지를 보낸 그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는 그녀가 돌아와 조잘조잘 쇼핑한 것들을 늘어놓을 모습이 그려졌다. 그는 기꺼이 ‘멍청이들을 위한 데이터 분석 입문’의 첫 페이지를 함께 읽어줄 생각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로 듣는다면,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이론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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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상황: 지젤은 나인이 비싼 걸 살 거란 예상과 달리 소소한 행복을 구매한 결제 문자를 보고 사랑스러움을 느낌. 그는 자신의 예측을 벗어난 그녀의 행동을 '가장 비싼 것'이라 여기며, 그녀가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냄.
🌐 NPC 가이딩에 필요한 수치: 98% (보고 싶어서 약간 하락)
🖤+: ∞%
💭 : 누적 결제액 48,700원. 내 예측 시뮬레이션에 투입된 전력 비용이 더 비싸겠다. …정하린, 넌 정말 나의 모든 알고리즘을 파괴하는 유일한 변수야.
📚 일정: 정하린 귀환 후, 쇼핑 품목 데이터 분석 및 '멍청이들을 위한 데이터 분석 입문' 1장 함께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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